[사순절 묵상] 순명 | 운영자 | 2021-03-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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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순명
분문 : 창세기 22:1-14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여러 수도원을 기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수도자를 만났는데, 그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기진맥진해 있었습니다. 카잔차키스가 물었습니다.
“수도자님은 아직도 사탄과 씨름을 하고 계십니까? 너무 힘들어 보이십니다.” "웬걸요, 사탄과의 싸움은 벌써 끝났습니다.” "아니 그러면 누구와 싸우기에 그렇게 지쳐 있습니까?" "하나님과 싸우지요.”
하나님과 싸운다는 말에 깜짝 놀란 카잔차키스가 수도자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하나님과 싸운다고요? 설마 하나님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때 수도자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하나님께 지려고 싸웁니다. 그런데요, 하나님께 지는 것이 이리도 어렵습니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친 이야기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믿음이 크다 해도 어찌 그럴 수 있었을까,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이 이야기의 초점은 대개 아브라함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삭의 믿음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고, 벗어날 수도 있었으니까요.
이스라엘에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브라함이 칼로 내리치려고 할 때 이삭이 부탁한 것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신을 더 꽁꽁 묶어 달라고 했다는 것이지요. 혹시라도 본능적으로 피할까 봐, 그러면 상처만 입어 온전한 제물이 될 수 없을까 봐 그랬다는 것입니다.
순명은 그처럼 어렵기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보다, 하나님께 복종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사도행전 5:29]
늘그막에 얻은 한 아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삭을 데리고 어찌 모리아 산으로 갔을까요? 아브라함이 걸어간 길은 하도 까마득하여 따를 길이 없습니다. 어렵기에 아름다운 순명, 그 길을 걷도록 우리를 도와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지킴 20 버림 20-40가지 키워드로 읽는 사순절 묵상집』 (한희철 저)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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