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값
어느 날 가난한 농부가 들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생선 굽는 냄새를 맡게 되었다.
냄새가 어찌나 구수하던지 농부는 저도 모르게
냄새를 따라가다가 그 마을에서 지독하기로
소문난 부잣집 앞에서 멈추었다.
멀건 죽 한 그릇으로 저녁을 때워야 하는 농부는
부잣집 담벼락에 기대어 생선 굽는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 부자가 우연히 그 광경을 보고는 냅다
달려와 농부의 옷자락을 잡고 소리쳤다.
“이놈~, 남의 집 귀한 냄새를 돈도
안 내고 공짜로 맡다니….”
한참 냄새에 취해 있던 농부는 부자의
말에 눈이 둥그래졌다.
“저 생선은 내가 장에 가서 열 냥 주고
사온 것인데 고기 반 냄새 반 아닌가.
자네 혼자 냄새를 맡았으니 반값은 내야지.
자,~ 어서 닷 냥을 내게.”
농부는 기가 막혔지만 부자의 억지에 못 이겨
다음날 닷 냥을 주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갑자기 열 살 난 그 집 아이가
“좋은 수가 있어요. 제게 맡겨 두세요”
하는 것이었다.
이튿날 아이는 돈을 가지고 부잣집으로 갔다.
부자가 뛰어나와 돈을 받아 가려는데 웬일인지
아이는 돈은 주지 않고 갑자기 돈이 든 자루를
흔드는 것이 아닌가.
짤랑짤랑~ 한참 뒤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돈 소리 잘 들으셨지요? 이제 갑니다”
하고 돌아섰다.
“이놈, 그게 무슨 수작이냐?”
부자가 고함을 지르자 아이가 말했다.
“맛을 보기는커녕 구경도 못하고 냄새만 맡은
생선 값이니 그 값도 소리만 쳐 드리는 게
제격 아니겠습니까?”
아이의 행동을 지켜보던 동내 사람들은 모두
“그래 !, 그 말이 옳다”
하고 맞장구를 쳤고,
부자는 슬그머니 대문 안으로 사라졌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댓글 1
정기영 2009.9.1 08:27
웃은 값 내놓으라고 하시는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