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일의 순서에서부터 위 아래 관계의 순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순서의 체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순서들은 질서를 유지하여 기존의 체계들이 안정감 있게 해주는 역할을 감당합니다. 한번 정해진 순서가 뒤죽박죽되면 그래서 불편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순서와 질서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때로 지나치게 경직되어 절대불변의 원칙처럼 굳어지게 되고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강제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또 하나의 번거로운 형식과 껍데기로 전락하고 맙니다. 안정을 위해서는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고 발전과 혁신을 위해서는 때로 질서는 깨지기도 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세상에는 있습니다. 어디나 중요하지만 먼저 되고 앞선 이들의 책임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 그가 오시기에 앞서 요한이 먼저… – 먼저는 특권이 아니라 사명입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바울이 전한 메시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본문에서 바울은 예수께서 오시기 전에 먼저 왔던 세례요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등장은 당시 사회에 신선한 충격이 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 침묵의 기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라기 이후 더 이상 예언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광야에 등장해 강력한 메시지로 사람들을 일깨우며 회개의 세례를 선포했던 세례요한의 사역은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례요한의 위대함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먼저를 특권이 아니라 사명으로 삼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순서가 아니었습니다. 

∙ 그 달려갈 길을 마칠 때에 말하되 – 시작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드리십시오.

세례요한의 사역은 당시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역에도 마지막이 찾아왔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의 마지막이 너무나도 황당하게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시작에는 설렘이 있습니다. 반면에 모든 마지막에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은 시작대로 중요하고 마지막은 마지막 나름대로 소중합니다. 우선 가야할 길을 다 달려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가야할 길을 다 갈수 있어야 복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힘써 구해야 할 것은 마지막을 충실하게 하는 것입니다. 세상은 보통 마지막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역사는 끝도 아름답습니다. 오히려 더욱 충실하고 귀합니다. 그게 복음의 능력입니다.

∙ 그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리라 – 감당은 내 힘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마지막까지 견고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삶을 굳건하게 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견고한 마지막을 위하여 넉넉한 물질이나 건강한 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도 필요하지만 더욱 있어야 할 것은 흔들리지 않는 인생관과 분명한 삶의 우선순위에 대한 자세입니다. 세례요한의 삶은 그런 점에서 마지막까지 견고하기 위한 것이 무엇인지 잘 말해줍니다. 그에게는 마지막까지 최우선되어야할 것이 있었습니다. 상황과 형편에 따라서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 뒤에 오시는 이가 있다고 하면서 자신은 그 발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힘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고 하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든지 감당할 수 있어야 복이 됩니다. 감당은 내 힘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