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도 ‘아’다르고 ‘어’다르다고 합니다. 말하려고 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말을 담아내고 전달하는 틀에 따라서 생각지 못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다 그게 그거지 뭐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를 달라지게 하는 지점은 무슨 커다란 차이가 아니라 바로 잘 보이지도 않는 작고 미세한 차이로부터 시작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들은 그 작은 차이들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처음에는 다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시간이 갈수록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차이는 결코 뒤집을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됩니다. 문제는 바로 그 결정적인 순간을 쉽게 알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변화를 원한다면 시작하는 것을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 내 사건에 대하여 기꺼이 변명하나이다 – 아무리 힘들어도 기회는 있습니다. 

이윽고 가이사랴에서 바울에 대한 소송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부터 이어진 바울에 대한 공격은 치안을 맡고 있었던 로마의 총독 앞에서 더욱 정교하고 치밀해 졌습니다. 바울을 공격하고 있던 이들은 당시 사회 구조상 로마인들도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대제사장과 종교지도자들이었습니다. 그에 비하여 바울은 딱히 의지할 만한 마땅한 지원그룹조차 없었습니다. 영향력있는 조직이나 집단과 한 개인이 홀로 맞서서 싸운다고 하는 것은 지금이나 예나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 돌아가는 판이 한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방향입니다. 아무리 스스로 힘을 내보려고 해도 싸우기도 전에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포기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답답하고 힘들어도 기억해야 합니다. 상황을 보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그 너머 주님을 보면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 그러나 이것을 당신께 고백하리이다 – 사실(Fact)보다 중요한 것은 고백입니다. 

변명이란 그다지 효과적인 대응방식이 아닙니다.  변명이란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이런 저런 구실을 대고 까닭을 이야기하면서 선처를 호소하는 것입니다. 때로 변명은 답답한 상황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하여 사용하기도 하지만 변명을 가지고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책임있는 자세가 아닌 회피하려고 하는 인상만 남겨서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바울도 우선 자신에 대하여 제기된 고발의 내용들을 당시의 정황과 사실을  밝히면서 조목조목 해명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사실이나 아니냐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왜곡된 상황에서는 사실이냐 아니냐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살펴야 하는 것은 고백입니다. 

∙ 양심에 거리낌이 없기를 힘쓰나이다 – 힘을 바르게 쓰는 것이 훈련입니다.

더둘로의 고발을 듣고서 단지 고개만 까딱하면서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하는 거만한 총독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치사합니다. 자신의 권위를 한껏 드러내는 몸짓만으로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바울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기꺼이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가 목적하고 있는 것은 단지 고발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그런 시간을 통하여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증거하고자 합니다. 이런 바울의 태도는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항상 양심에 거리낌이 없이 살려고 힘썼던 삶의 태도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그러고 보니 힘을 바르게 쓰는 것이 훈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