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바람이 차갑게 느껴집니다. 아직 한 낮의 더위는 여전하지만 이미 바람은 저만치 앞서 가을을 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나 달라질까? 하다가도 이렇게 변화의 순간들은 순식간에 찾아옵니다. 그래서 같은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모두에게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내일이 달라지길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변화를 만들어 가고 앞서가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상황이 바뀌길 기다리는 사람과는 다릅니다. 어느 속담에서 그러더군요.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아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구실을 찾아낸다고요. 먼저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과연 무엇을 찾고 있는 사람일까요? 오늘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 오직 내가 그들 가운데 서서 외치기를 – 구실을 뛰어넘을 힘은 믿음에서 옵니다. 

바울은 지금 벨릭스 총독 앞에서 더둘로를 앞세워 자신을 고발한 내용에 대하여 해명을 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먼저 그동안의 객관적인 사실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주장들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말인지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사실에 근거해서 자신이 억울하게 공격받고 있다고 하는 것만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변명의 시간조차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백하고 증거하는 기회로 삼고자 했습니다. 상황도 중요하고 여건도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믿음은 모든 상황과 어떤 여건에서도 방법을 찾아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또한 믿음은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조차 그것에 대한 염려와 고민만 하고 있지 않습니다. 믿음의 결단은 언제나 방법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믿음은 구실을 뛰어넘는 힘을 낳습니다. 

∙ 더 자세히 아는 고로 연기하여 – 알아도 결단하지 못하면 연기하고 맙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상황과 여건에 대하여 잘 알아야 대처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모르는 것보다 알고 있으면 사태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 안다고 해도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따라서 쉽게 결단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총독 벨릭스가 지금 그렇습니다. 그는 바울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들을 이미 전달받았습니다. 천부장 루시아가 보낸 보고서도 도착해 있었습니다. 더욱 벨릭스는 일련의 루트를 통하여 바울이 믿고 있는 도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더 자세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벨릭스 총독은 바울에 대한 재판 결정을 다음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잘 알고 있다고 하여도 감수할 수 없으면 결단하지 못하고 다음으로 연기합니다.

∙ 명하여 바울을 지키되 자유를 주고 ... – 적당히 타협하는 것으로는 변화되지 않습니다.

벨릭스 총독은 재판의 결정을 연기하면서 백부장에게 명하여 바울에 대한 수감생활을 계속하게 합니다. 그런데 일반 죄수들과는 다르게 바울에게는 상당한 자유를 부여해서 친구들이 방문하고 돌보는 것을 허용합니다. 이런 것만 보아도 바울에 대한 더둘로의 고발은 기각된 것으로 여길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바울에 대한 이런 조치는 사실 적당하게 타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아무런 죄가 없다면 풀어주면 될 일인데 벨릭스는 유대 종교지도자들의 비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놓아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런 어정쩡한 상태는 무려 2년 동안 지속되고 맙니다. 적당하게 타협하는 것은 결코 변화를 낳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