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인생의 비밀 

혹시 여행을 좋아하십니까? 익숙한 세계를 떠나서 낯선 세계로 떠나는 여행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을 동시에 가져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생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낯선 별을 지나는 여행자들입니다. 우연히 여행에 관한 책을 소개받았습니다.『나의 로망, 로마』(김상근 저)이란 책입니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이란 부제가 달려있는 책이어서 그런지 단순한 여행지에 대한 안내가 아니라 로마란 도시 안에서 살아온 이들의 흔적을 통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만나게 하는 인간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력을 주는 잠언집과도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같은 곳을 다녀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돌아보면서 몇 장의 사진만 남기는 여행보다 조금은 더디 가더라도 찬찬히 음미하며 깊이 있게 느끼는 것이 참된 여행의 맛입니다. 여러분의 남은 여행을 응원합니다.

∙ 얼마 뒤 무너질 것을 영원한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모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성전에 들어가서(21:23) 많은 교훈을 가르치면서 특히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의 형식적인 신앙에 대하여 신랄하게 책망하신 주님이 드디어 성전에서 나오셨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주님께 어떤 제자들이 성전 건물의 화려함과 웅장함에 대하여 감탄하듯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당시의 예루살렘 성전은 자신의 미약한 지지기반을 만회하기 위하여 야심차게 벌였던 국책사업과도 같은 것이어서 상당한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성전의 웅장함에 대하여 감탄하고 있었던 제자들에게 주님은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는 듯한 말씀을 하십니다. 모두 다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보기에는 대단해 보이는 건물이었지만 주님이 보시기에는 얼마 있어 완전하게 무너질 폐허에 불과했습니다.

∙ 모든 무너짐이 슬픔은 아닙니다. 주님 안에 있으면 무너짐도 은혜입니다.

아마도 주님의 그런 말씀을 들었던 제자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아직 다 완공되지도 않은 성전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무너질 것이라니요. 그래서 제자들은 부랴부랴 다음에 이어지고 있는 말씀처럼 언제 그런 마지막 때가 올 것인지에 대하여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명 다른 건물도 아니고 성전이 그렇게 될 것이란 말씀은 여러 가지 면에서 두려운 말씀임에 틀림없습니다. 멀쩡한 건물이 무너진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모든 무너짐이 슬픈 일인 것만은 아님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너져야 할 것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무너져야할 건물이 그대로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주님 안에 있으면 무너짐도 은혜입니다.

∙ 무너짐을 통하여 무너지지 않는 인생의 비밀을 생각하십시오. 

오늘은 교회력에 따르면 맥추감사주일입니다. 가뜩이나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이때 맥추감사절을 지킨다고 하는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서 참 애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맥추감사절을 통하여 한해의 절반을 다시 감사로 시작하는 것을 배웁니다. 이것은 믿음으로 감사하라는 뜻입니다. 믿음의 감사란 나중의 결과를 따져 보고 감사 할 만하면 그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결과를 맞이하든 그 모든 일에서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 섭리가 있음을 믿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모든 것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전 건물까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반대로 무너지지 않는 인생의 비밀이 과연 무엇인지를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여러분의 남은 여정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