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염려를 끼쳐서 대단히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아울러 여러 가지로 걱정하며 기도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방역 원칙에 따라 자가 격리를 하면서 사실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불편한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이런 일이 없었으면 깨달을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감옥과 수도원은 어떤 면에서는 비슷합니다. 맘대로 다닐 수 있는 자유가 없고 엄격한 규율에 따라 행동의 제약이 따른다고 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감옥과 수도원은 엄연히 다른 곳입니다. 어떤 분은 이 두 곳의 차이를 감사라고 하더군요. 정말 그랬습니다. 어느 곳이든 감사할 수만 있다면 그곳은 감옥이 아닙니다. 마음을 수련하고 영혼을 돌아보는 수도원이 될 수 있습니다.

∙ 죽임 당함을 마땅히 여기더라 – 그러면 죽임조차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마음은 참 대단합니다. 똑같은 곳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생각할 수 있게 하니까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을 어떤 마음과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 눈앞에서 성난 사람들이 돌을 던지고 있습니다. 스데반은 그 돌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정당한 절차를 받아 재판을 받고 합리적인 판결에 따른 법 집행이라 할지라도 이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사울이란 청년은 스데반이 그렇게 죽임 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이런 사울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 장사하고 위하여 크게 울더라 – 고난과 슬픔 속에서도 경건은 드러납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건 당연하게 여겨도 되는 죽음은 세상에 없어야 합니다. 더욱 죽음이 아니라 죽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죽임이란 어떤 형태가 되었든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죽임이 될 때 슬픔은 때로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됩니다.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폭발로 사태가 전혀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물론 예루살렘에 있던 교회에도 스데반의 죽임과 더불어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큰 박해로 위축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도 외에는 다 유대와 사마리아 땅으로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분명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고난과 슬픔 속에서도 모두가 다 떠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난과 슬픔 속에서도 경건은 어떤 형식으로든지 드러납니다.

∙ 각 집에 들어가… 끌어다가 옥에 넘기니라 – 끌려가고 넘겨져도 지지 않습니다.

힘이 있을 때에는 쉬웠습니다. 잘 나가고 있을 때에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진짜 내면과 속마음은 그렇게 어려움이 없을 때는 드러나지 않는 법입니다. 그래서 하늘은 힘만 주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높음만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 낮음에 처하게도 합니다. 밝은 곳에 만이 아니라 어둔 곳에도 있게 합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올라갈 때에도 내려올 길을 기억합니다. 가득 채울 때에도 텅 비어 있을 때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갈 줄만 아는 사람은 때로 쉬어야 하는 시간을 견딜 수 없습니다. 꽃이 지고 잎이 떨어지는 것을 못 견뎌 합니다. 사울의 처음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끌려가도 하찮게 넘겨져도 사라지지 않는 게 있습니다. 복음의 DNA는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