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아니 드디어! 올해의 달력 한 장만을 남겨 두게 되었습니다. 치열하게 달려왔던 올해도 이렇게 마감하려고 하니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힘썼더라면 아니 한번 더 참을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이런저런 아쉬움과 속상함 속에서도 다가올 새 해를 준비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아쉬움을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작은 바램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한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주님의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절기로 보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너무나도 놀랍고 복된 일입니다. 예수님처럼 시작하면 되고 또 예수님처럼 마치면 될테니까요. 여러분의 마지막과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우리 주님은 알파와 오메가가 되십니다. 

∙ 일어나 머리를 들라.– 영원을 바라보는 사람은 마지막이 두렵지 않습니다.

교회력은 부활절과 성탄절이란 두 개의 기둥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이 두 절기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준비기간을 둡니다. 대림절기는 성육신하신 주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동시에 다시 오실 주님을 대망하는 기간입니다. 기억과 기대, 경배와 결단이 절실해지는 때입니다. 올 대림절기는 교회력을 따라 설교를 준비하는데 그 첫 주일 살필 말씀은 마지막에 대한 내용입니다. 시작이 있으면 당연히 마지막도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일시적입니다.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일시적인 것에 담긴 영원함은 그 자체만으로도 성육신의 원리를 보여줍니다. 영원을 바라보는 사람은 마지막이 두렵지 않습니다. 마지막을 살아갈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라. – 미혹에 빠지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살피고 돌아보십시오. 

오늘 본문은 사실 아름답게 꾸며졌던 성전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던 제자들에게 “너희들이 보는 것들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무너뜨려질 것이라”라고 하신 주님의 경고로부터 시작됩니다. 보이는 것은 전부가 아닙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특히 보는 것과 듣는 것에 주의해야 합니다. 일부러 특별한 것을 찾으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일상에 담겨있는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을 먼저 붙드십시오. 아무리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도 택하신 자들은 하늘 끝에 있다고 하여도 반드시 찾으실 것입니다. 정해져 있는 고난과 시련을 피하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당당하게 통과할 수 있기를 구하십시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그래서 자기 자신을 살피고 돌아보는 일입니다. 

∙ 항상 기도하며 깨어 있으라 – 급할수록 먼저 주님 앞에 서는 기도에 힘쓰십시오.   

 마지막 때에 임할 시련과 환란은 국지적으로 그리고 어떤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임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상에 거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임할 일반적인 상황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느냐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깨어 있어서 그때그때마다 들려오는 부르심에 바르게 응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가 중요합니다. 내 소원을 아뢰고 내 뜻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과 부르심에 순종하기 위한 기도가 중요합니다. 분주함에 붙잡히기 쉬운 연말. 우리가 더욱 힘써야 하는 일은 바로 기도입니다.